[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오는 2038년까지 무탄소 전력 비중을 70%로 높인다는 내용의 제11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초안(실무안)이 공개됐다.
이를 위해 전체 발전 비중에서 원전 비중은 2030년 31.8%에서 2038년 35,6%로 확대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 21.6%에서 2038년 32.9%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초안에는 원전 비중 확대를 위해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과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소형모듈러원전(SMR)도 1기 건설 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제시한 이런 내용의 제11차 전기본 초안을 발표했다. 제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향후 15년의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발전설비 계획, 전력 수요 관리 등의 내을 담고 있다. 초안을 받아든 정부는 추후 논의를 거쳐 전기본을 확정할 예정이다.
“30년 재생에너지 비중 턱없이 낮아…재생에너지 3배 확충도 침소봉대”
초안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1.6%로 지난 전기본과 동일하며, 2030년에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최하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에는 최소 36%(110GW)에서 최대 53%(199GW)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태양광·풍력발전량이 2030년까지 2022년 발전량인 23GW 대비 3배 이상인 72GW으로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동참한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후단체 플랜1.5는 “정부는 태양광 및 풍력의 설비용량이 2022년 23GW에서 2030년 72GW 로 증가하기 때문에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에는 수력, 바이오매스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며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수력을 포함한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2.5GW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즉 2022년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에서 3배를 확대하게 되면 97.5GW로 현재 제시한 72GW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플랜 1.5는 재생에너지 서약이 개별 국가의 현재 설비용량 대비 3배 확대 목표가 아니라, 1.5 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 전체에서 추가돼야 하는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을 지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목표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2021년 기준 글로벌 발전설비 용량 중에서 한국의 비중(약 1.7%, US EIA 의 ‘21 년 통계 기준)을 감안하면, 한국이 담당해야 하는 추가 용량은 132.4GW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이 더 싸다?…논란 가열
초안에는 원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점점 낮아지는 현실을 고려해 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랜 1.5는 WINSR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원전의 발전단가는 $180/MWh 수준으로 $50~60/MWh 수준인 풍력 및 태양광과 비교할 때 3 배 이상 비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초안의 2038년 원전 발전량과 발전 비중, 그에 따른 목표설비, 확정설비, 필요설비 등의 계획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설비 강화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일부 원전은 수명연장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며 ▲신규 원전의 건설기간도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애초 계획된 공사기간이 4.9년이었던 신한울 1호기도 실제로는 9.9년이 소요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초안의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지연이 발생할 시 전력 공급의 공백의 상당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플랜1.5는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WINSR)를 인용해 “정부의 ‘원전 홍보’와 달리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은 1996 년 17.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 년 기준 9.2%으로 낮아졌다”며 “실제 중국의 신규 건설 비중(+3%)를 제외하면 글로벌 원전 발전량은 90년대 중반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이 미래의 주도적인 발전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반론 또한 여전히 거세다.
국제원자력기구(IEA)는 지난 2022년 내놓은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전환((Nuclear Power and Secure Energy Transi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지배할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안전한 전환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충하려는 나라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원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와 통합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전 없이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어렵고 더 큰 리스크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IEA는 원전의 역할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IEA는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길‘이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이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이 이렇게 늘어도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61%, 2050년에는 8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2% 중 8%가 원자력 발전의 몫이다.
한편 이번 초안의 전력 수요 목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초안이 담고 있는 2038년 목표 전력 수요는 157.8GW로 제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2036년 목표수요(144.5GW)에 비해 약 10% 늘어난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이소영·한정애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속한 기후행동의원모임은 긴급논평을 내고 “강력한 수요관리로 전력 수요를 줄여가야 할 시급한 상황에서, 되레 목표 전력수요를 늘려잡고 수요 관리를 통한 수요감축 목표까지 후퇴시켰다”면서 이번 초안을 “화마를 앞에 두고 하품하고 있는 한가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정부, '38년까지 무탄소 전력 비중 70%로 확대...원전 비중 둘러싼 논란 거세 < 정책·제도 < 지속가능경제 < 기사본문 - ESG경제 (esgeconomy.com)